삼엽충은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향내에 사로잡혀 획 하고 물체한테로 달려갔다. 그것은 반 토막난 벌레였다. 다른 반쪽은 이미 누군가가 맛 본 것 같았다. 죽은 사체라니, 근사하다. 삼엽충이 사냥하기를 두려위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잠복을 하지 않으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많은 경우 녀석은 모래를 거르는 일로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누군가 제몫을 챙겨갈 생각을 하기전에 식사시간을 즐길 때가 되었던 것이다. 작은 삼엽충이 먹어치우려 채비를 하는 순간 하늘이 어두워졌다. 뭔가 강력한 것이 위에서 쏘는 듯 내리꽃쳤는데. 그것은 너무 커서 녀석의 시야를 거의 다 가려 버릴 정도였다. 가시가 돌은 두 가닥의 집계 같은 것이 녀셕에게로 확 덥쳐져왔다. 그 삼엽충은 달리 어쩔 도리가 아예 없기도 했지만, 따져보거나 말거나 할 것조차 없었다. 녀석의 유전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갈퀴발이 녀석을 움켜쥐기 전 눈 깜짝할 사이에 녀석은 몸을 둥글게 말았다. 녀석의 여러 몸마디들이 딱 들어 맞도록 턱이 지고 또 닫힐수 있도록 고랑이 파여 있어서 안쪽의 몸을 완전히 봉합시킨 것처럼 차단시켜주였다. 집게받이 삼엽충을 잡으려고 오므려질 때는 녀석은 가시투성이의 먹지못할 공 같은 것으로 변해 있었다. 오직 눈만 여전히 눈꺼풀 같은 덮개 아래서 빼꼼히 내다보고 있었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뭐 한 가지라도 좋아질것 같지가 않았다. 어떤 놈이 녀석을 붙잡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엄청나게 굶주렸다는 점에서는 제물로 희생될 녀석과 마찬가지였다. 큰일이 벌어지고 말 태세였다. 갑옷 등딱지가 아직 딱딱해지지도 않았지 않은가! 몹쓸 벌레가 녀석의 주의력을 깡그리 잊어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녀석은 자신이 번쩍 쳐들리는 걸 보았고, 곧 이어서 위쪽에서는 뾰족한 이빨들이 그득한 둥그렇고 커다란 아가리가 썩 벌어지고 있었다. 그 뒤로는 목구멍도 벌어져 있었으니, 거기서 이제 녀석의 삶도 끝장나고 말 것이었다. 이차피 먹이 찾기 아니면 폭풍이나 화산폭발에 시달려야 하는 이 가련한 생존이 말이다. 부드럽고 작은 다리들과 더듬이와 멋진 눈도 압쇄기에 찌부러뜨려지는 것처럼 으깨지고 말아서, 결국 기억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터였다. 그럴 수는 없었고, 또 그래서도 안 되었다! 또 다른 차선책의 계획이 펼쳐져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후의 캄브리아기에서 삼엽충이란 녀석들은 금세 더 초라해지고 말았을 테니까 말이다. 씹는 이빨에 걸려들기 직전에 녀석은 말았던 몸을 다시 퍼서 재빨리 원래 길이대로 만들었다. 그러자 이빨들이 녀석을 놓치고 말았다. 엄청 큰 그놈은 여러 면에서 방어력을 그리 잘 갖추지는 못한 것 같았다. 어쩌면 놈이 움켜잡는 데 너무 서투른 탓도 있었겠지만, 하여간 삼엽충은 갈퀴발을 벗어나 미끄러지듯 모래 속으로 떨어져서는 목숨을 걸고 내달렸다. 그놈이 세차게 꼬리를 휘둘렀지만, 놈의 타격은 녀석의 위쪽을 회 스칠 뿐이었다. 높은 꼬리를 내리고서 또 추격해 왔다. 이른 아침에 이 무슨 처참한 스트레스람! 마침 모든 일들이 그리도 순조롭게 시작되던 참이었다. 긁혀 상처가 나는 일도 없이 탈피를 마친 데다가 햇살을 받으며 산보를 했고, 예기치 않던 선물로 벌레까지 있었으니 많이다. 그게 결국 삼엽충의 등딱지까지도 우두독 으깨버릴 물레방아의 방아틀 같은 곳에 떨어지거나 말려고 그랬단 말인가? 더러운 예상이었다.
그 괴물 같은 놈은 갈퀴발을 겨누어댔다. 하지만 운명은 너그럽게 풀려갔다. 작은 삼엽충에게 아직은 종말은 고해야 할 순간이 온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마지막 순간에 녀석은 박테리아들이 무성하게 자란 편편한 암석 밑으로 미끄러지듯 숨어 들어갔다. 여기는 용암이 응고되면서 구멍이 숭숭 뚫려 공간과 통로들이 많이 나 있는 곳으로, 그처럼 육중하게 큰 몸집의 공격자는 지나갈 수가 없었다. 추적하던 높은 바위와 충돌하지 않으려고 위쪽으로 방향을 들어버렸다. 비록 반 토막 벌레는 잃어버렸지만 목숨은 구한 것이었다. 자세하게 그려본 것은 여기까지이다. 이런 장면은 보통 압쇄기 같은 아가리 안에서 끝나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이빨로 무장한 존재는 캄브리아기 바다를 뒤숭숭하고 위험스러운 곳으로 만든 가장 나쁜 잔인한 놈이었던 데다가 또 삼엽충한테도 무슨 계획이 있을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삼엽충의 몸집이 더 크고 등딱지가 더 딱딱했더라면, 아마 그 무사무시한 놈도 아예 그런 걸 애써 물어뜯으려다 이빨을 부러뜨릴 것까지는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어찌 됐든 한 가지는 확실하다. 폰, 찰스 두리들 원코트가 타고 있던 말이 1909년 8월에 갑자기 멈춰서는 일만 없었더라도 우리는 그와 같은 드라마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었을 이라는 점이다.
월코트는 1850년 뉴욕 주에서 태어났는데 , 이미 어린 시절부터 화석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내로라할 만큼 고등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생 동안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학연구소를 세 군데나 이끌어나갔다. 스미소니언 연구소,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과학원이 그것이며 몇몇 미국 대통령들이 그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말은 그렇게 인기가 높다는 점에도 별 감명을 보이지 않았다. 놈이 계속해서 걸어 가려하지 않았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놈을 타고 있던 월코트의 앞쪽에 산사태의 결과로 생긴 바위 부스러기들이 답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월코트는 가족들을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캐나다 지역의 로키 산군으로 화석을 수집하기 위한 탐사를 나왔던 차였다. 날씨는 추웠고 비까지 내렸으며, 높은 지대의 공기 속에서 일을 하느라 답사단이 지쳐버린 테다가 월코트도 거의(60세가 된 나이로 더 이상 팔팔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지질학자는 말에서 내려 버제스 산길을 손수 치워대기 했다. 이때 혈암 파편 하나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월코트는 멈칫했다. 돌판이 두 쪽으로 쫙 갈라져 있는 곳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갑각류 관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아냐, 저게 웅크리고 있을 리가 없지. 돌로 변한 것인데 저처럼 꼭 갑각류와 감은 모습으로 보일 리도 없었고, 적어도 우리가 마요네즈와 레몬즙 몇 방울을 곁들여서 먹곤 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영락없이 담아 보아 씨 리는 없었다. 이 표본은 뿔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몸집에 비해 거대하면서도 가지가 난 뿔로 뒤쪽으로 굽어져 있고 끝은 네 가닥이나 있었다. 또 여러 개의 몸마디로 나뉜 몸 측면으로는 금박을 입힌 듯한, 부분적으로는 아가미를 장착하기도 한 작은 다리들이 달려 있였다. 월코트는 이 작은 동물을 '마렐라 스플렌덴스(Marela splendens)'라고 명명했지만, 흔히는 화려한 놈 마렐라라고 불렸다. 그는 고무되어 계속해서 암석들을 샅샅이 뒤져나갔다. 부인, 아들, 친구들 모두가 달려들어야 했다. 그들은 수천에 이르는 생명체들의 잔해를 발견했는데, 일부는 마렐라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것들이었고 일부는 그저 조각난 파편들이었다. 기괴한 모습을 지닌 것들도 출현체다. 응시하는 듯한 겹눈, 갑옷 등딱지 조각들, 촉수, 가시나 집계발, 다리관절 등등, 얼핏 봐서는 어떤 동물 종에도 속할 것 같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었다. 1909년 8월 31일에 월코트는 일지에다, '우리는 일군의 주목해 볼 만한 엽각목의 갑각류들을 발굴했다'라고 적었다. 그가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건 그 산길에서 아예 안 떠나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마침내 점점 더 나빠져 가는 날씨를 어쩔 수 없이 피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1910년 여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의 버제스 험암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산사태가 폰아져 내린 장소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연구를 동해 월코트는 혈암층의 연대가 4억 8,800만 년에서 5억 4,200만 년 사이임을, 따라서 캄브리아기에서 유래한 것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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